2006. 3. 29. 08:47 1300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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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3년의 핀볼



 

[도서] 1973년의 핀볼
 
 무라카미 하루키 저 | 문학사상사 | 2004년 0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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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나이가 들어서인지 아니면 치매기운 탓인지

책을 읽었는지 기억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읽는 동안은 새로운 느낌을 받고 즐거운데

읽어나가는 중간에 문득 예전에 읽어본듯한 느낌도 들고,

비슷한 이미지를 어디선가에서 느꼈던 것 같은 기분에 휩싸인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책을 오래간만에 읽어서인지

왠지 익숙한 느낌속에서 계속 책을 읽어갔다.

그리고 하루키 특유의 기묘함과 낯설은 대상에 대한 집착

묘사의 방금 꺼낸 차가운 맥주같은 시원함.


핀볼게임을 오락실에서 해본 것은 군대에 있을 동안이었다.

오후를 무기력하게 보내던 시절

오락실은 만남을 위한 일종의 대기실이었고

대전게임(그당시 한창 붐이었단 버추얼파이터, 철권 같은)을 구경하며
시간을 때우던 때였다.

왠만한 조그만 오락실에는 핀볼게임기의 거추장스런 크기는 어울리지 않았고

다소 큼지막한 최신시설로 꾸며진 고급 오락실에서나 볼수 있었다.

화려한 효과음과 다채로운 불빛으로 감싸면서

즐거워하다가 아차 하는사이 아래로 힘없이 굴러떨어지는 모습은

마치 허겁지겁 인생을 살다가 어느순간 계단을 굴러 넘어지는것과 같은 허망함을 닮았었다.


핀볼게임은 집착과 같은 것이다.

상실감을 메꾸기 위한 또다른 집착.

어두컴컴한 무덤과도 같은 창고에서 다시 핀볼게임기와 재회했을때

그는 정말 찾고싶었던 것은 다른 것이었음을 알게된다.

이제는 현실을 받아들이고, 떠나 보낼 때가 된것이다.


하지만 조심스럽게 과거와 작별을 고한 그에게

작은 행복이 찾아오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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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mplnote